미식의 세계는 넓고도 깊다. 수많은 음식 중에서도 특정 산지의 제철 식재료가 주는 감동은 특별하다. 서울의 번잡한 도심 속에서, 흑산도 청정 해역의 깊은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바로 흑산도에서 당일 직송된 상자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귀한 별미, 홍어애 이야기다.
흑산도 직송, 신선함이 생명인 귀한 별미
이곳은 흑산도에서 어획한 홍어를 통째로 받아 사용하는 몇 안 되는 식당이다. 홍어가 실린 상자가 도착하는 날은, 필자의 마음이 설레는 날이기도 하다. 바로 신선도가 생명인 홍어애를 맛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홍어의 살은 삭혀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 간인 '애'는 오직 신선한 상태에서만 회로 즐길 수 있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특유의 녹진한 풍미가 사라지고 비린 맛이 어마어마하게 올라오기 때문에, 산지가 아니면 경험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단골에게만 허락되는 비밀스러운 맛
"홍어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없다"는 대답이 돌아올 수도 있다. 이 집의 홍어애는 메뉴판에 없는 비밀 메뉴와도 같다.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홍어 한 마리에서 나오는 애는 고작 주먹만 한 크기. 그 양이 지극히 한정적이기에, 주인은 오랜 인연을 이어온 단골에게만 이 귀한 맛을 내어준다. 이는 단순히 희소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재료의 가치를 알아주는 이에 대한 존중의 표시다.
'바다의 푸아그라' 그 이상의 풍미
홍어애의 맛을 표현할 때 가장 흔히 비유되는 것이 프랑스의 고급 식재료인 '푸아그라'다. 하지만 경험자들은 홍어애가 그보다 한 수 위의 맛을 선사한다고 입을 모은다. 입에 넣는 순간,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녹아내리며 혀를 감싸는 질감은 가히 환상적이다. 뒤이어 터져 나오는 고소하고 진한 풍미는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어렵다. 푸아그라가 가진 육질의 묵직함과는 다른, 바다의 깊고 청명한 기운이 담긴 고상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아귀간(안키모)과도 비교되지만, 홍어애 특유의 진한 농도와 여운은 단연 독보적이다.
홍어애, 어떻게 즐겨야 제맛일까?
최고의 식재료는 복잡한 조리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잘 손질된 홍어애는 좋은 소금에만 살짝 찍어 먹는 것이 정석이다. 소금의 은은한 짠맛이 홍어애 본연의 고소하고 진한 풍미를 터뜨려주며 그 맛을 한층 더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 갓 잡은 홍어애의 신선함과 깊은 맛을 온전히 느끼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