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의 어머니, 베사멜 소스의 모든 것
프랑스 요리의 기본을 이루는 다섯 가지 '마더 소스(Mother Sauces)' 중 하나인 베사멜 소스는 수많은 서양 요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핵심적인 요소다. 그 자체만으로도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내지만, 치즈나 다른 재료를 더해 모르네 소스, 크림 소스 등 무한한 변신이 가능하다. 라자냐, 그라탱, 크로크무슈와 같은 클래식한 요리부터 각종 파스타에 이르기까지 그 활용 범위는 매우 넓다.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몇 가지 핵심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덩어리가 생기거나 원하는 농도를 맞추기 어려운, 의외로 섬세한 기술을 요구하는 소스이기도 하다. 완벽한 베사멜 소스를 만드는 전 과정을 상세하게 알아본다.
완벽한 베사멜 소스를 위한 황금 비율
모든 요리가 그렇듯 베사멜 소스 역시 좋은 재료에서 시작하며, 무엇보다 정확한 비율을 지키는 것이 성공의 첫걸음이다. 기본이 되는 버터, 밀가루, 우유의 비율은 1:1:10으로 기억하면 편리하다. 이 비율은 소스의 농도와 질감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식이다.
- 재료: 버터 100g, 중력분 또는 박력분 밀가루 100g, 우유 1000ml (1L)
버터는 풍미를 더하고, 밀가루는 소스의 농도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우유는 소스의 몸체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재료로, 가급적 지방 함량이 높은 전유를 사용해야 더욱 깊고 풍부한 맛을 낼 수 있다. 또한, 우유를 미리 따뜻하게 데워두면 루와 섞일 때 온도 차이로 인해 덩어리가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한결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다.
베사멜의 심장, 실패 없는 루(Roux) 만들기
베사멜 소스의 성패는 '루(Roux)'를 얼마나 잘 만드는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는 버터에 밀가루를 볶아 만든 페이스트로, 소스의 농도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먼저 예열한 냄비에 버터를 녹인다.
이때 불은 반드시 가장 약하게 유지해야 한다.
불이 강하면 버터가 타면서 불쾌한 쓴맛을 내고 루의 색이 지나치게 진해져 베사멜 소스 특유의 흰색을 낼 수 없다. 버터가 완전히 녹으면 동량의 밀가루를 넣고 나무 주걱이나 내열 실리콘 주걱으로 쉼 없이 저어준다. 밀가루가 버터와 완전히 섞여 걸쭉한 페이스트 상태가 되면, 약불에서 2~3분가량 더 볶아준다. 이 과정은 밀가루의 날내를 없애고 고소한 풍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필수적이다. 표면에 잔 기포가 살짝 올라오는 정도가 되면 '화이트 루(White Roux)'가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10분 이상 더 볶아 갈색이 나도록 만들면 '브라운 루(Brown Roux)'가 되는데, 이는 데미글라스와 같이 더욱 진한 색과 풍미의 소스를 만들 때 사용된다. 베사멜 소스에는 반드시 화이트 루를 사용해야 한다.
덩어리 지지 않게 우유 넣는 비법
완성된 루에 우유를 섞는 과정은 베사멜 소스 만들기의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다. 여기서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미리 데운 우유를 여러 번에 나누어 넣고, 그때마다 완전히 풀어주는 것이다.
우선 뜨거운 루가 담긴 냄비에 따뜻한 우유를 바닥이 살짝 잠길 정도로만 소량 붓는다. 순간적으로 루가 수분을 흡수하며 단단하게 뭉쳐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당황하지 말고 거품기나 주걱을 사용해 덩어리진 루를 꾹꾹 눌러가며 계속 저어준다. 인내심을 갖고 저어주다 보면 뭉쳤던 루가 우유와 섞이며 부드러운 페이스트 형태로 변한다.
루가 완전히 풀리면 다시 한번 소량의 우유를 붓고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우유를 넣고 저어주는 작업을 계속하다 보면 점점 팔에 피로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부드러운 질감을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끈기 있게 반복해야만 덩어리 없이 매끈한 소스를 얻을 수 있다.
원하는 농도 맞추기: 소스의 완성
우유를 모두 넣고 저어주면 소스가 점차 걸쭉해지기 시작한다.
원하는 농도에 도달했는지 확인하는 고전적인 방법은 주걱이나 숟가락 뒷면에 소스를 묻혀보는 것이다. 소스가 주걱을 얇고 고르게 코팅하고, 손가락으로 그 위에 선을 그었을 때 그 경계가 명확하게 유지되면 이상적인 농도인 '나페(Nappé)' 상태가 된 것이다.
베사멜 소스는 식으면서 농도가 더욱 되직해지는 특성이 있으므로, 원하는 최종 농도보다 살짝 묽을 때 불을 끄는 것이 좋다. 만약 소스가 너무 되직하다면 따뜻한 우유를 조금 더 추가해 농도를 조절하고, 반대로 너무 묽다면 약한 불에서 조금 더 끓여 수분을 날려주면 된다.
베사멜 소스의 무한한 활용법
완성된 베사멜 소스는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다른 재료와 결합하여 새로운 소스로 확장될 때 진정한 가치가 드러난다.
모르네 소스 (Sauce Mornay): 베사멜의 가장 고전적인 파생 소스다. 따뜻한 베사멜 소스에 곱게 간 그뤼에르 치즈나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를 넣고 부드럽게 녹여 완성한다. 깊은 치즈의 풍미가 더해져 맥앤치즈, 각종 그라탱, 크로크무슈의 맛을 한 차원 높여준다.
치즈 크림 소스 (Cheese Cream Sauce): 생크림을 추가하여 더욱 풍부한 질감을 만든 베이스에 블루치즈와 같이 개성이 강한 치즈를 녹여내면 특별한 풍미의 소스가 탄생한다. 이러한 소스는 스테이크나 뇨끼 등과 같이 맛이 진한 요리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수비즈 소스 (Sauce Soubise): 버터에 오랫동안 천천히 볶아 단맛을 극대화한 양파 퓨레를 베사멜 소스와 섞어 만든다. 양파의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단맛이 소스에 녹아들어 닭고기나 돼지고기 요리, 구운 채소 등에 곁들이면 요리의 품격을 높여준다.
이 외에도 라자냐의 층층을 채우는 크림 층으로 사용되거나, 다양한 채소를 오븐에 구워내는 그라탱 요리의 기본 베이스가 되는 등 베사멜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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