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라 마사시, 숙성 스시의 미학을 완성한 장인
스시의 세계는 끊임없이 진화한다. 신선함을 최고 가치로 여기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재료 본연의 맛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숙성’의 기술이 미식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신만의 철학으로 숙성 스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장인, 기무라 마사시가 있다. 그의 이름은 단순한 요리사를 넘어, 스시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가로 기억된다.
숙성, 시간의 마법으로 재료의 잠재력을 깨우다
일반적으로 스시는 활어의 신선하고 탄력 있는 식감을 즐기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무라 마사시는 이러한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숙성’이라는 기법을 전면에 내세웠다. 숙성은 생선 내부의 효소가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지방을 지방산으로 분해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생선살은 부드러워지고, 감칠맛과 풍미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는 단순히 생선을 오래 두는 것이 아니다. 어종, 크기, 지방의 정도, 계절 등 모든 변수를 고려하여 온도와 습도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고도의 기술을 요구한다. 기무라 마사시는 수십 년의 경험을 통해 생선 각 부위가 최고의 맛을 내는 최적의 숙성 시간을 찾아냈다. 그의 손을 거친 생선은 더 이상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시간의 마법이 빚어낸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기무라 마사시의 스시, 철학과 기술의 조화
기무라 마사시의 스시는 그의 확고한 철학을 담고 있다. 그는 최고의 스시를 위해 최고의 재료를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근해에서 잡히는 최상급 참다랑어만을 고집하며, 신뢰하는 중간 도매상과의 오랜 유대 관계를 통해 항상 최고의 생선을 확보한다. 이렇게 확보한 생선은 그의 숙성고에서 섬세한 관리를 통해 잠재된 맛을 서서히 드러낸다.
그의 대표적인 스시인 참치 스시는 숙성 미학의 정점을 보여준다. 며칠에 걸쳐 숙성된 참치 뱃살(오토로)은 입안에 넣는 순간 부드럽게 녹아내리며 고소한 지방의 풍미와 깊은 감칠맛을 선사한다. 붉은 살(아카미) 역시 숙성을 통해 산미는 부드러워지고 특유의 철분 맛은 깊은 풍미로 승화된다. 이는 신선한 상태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맛의 차원이다.
샤리, 네타를 완성하는 또 하나의 주역
완벽한 스시는 좋은 생선(네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네타를 받쳐주는 밥(샤리)의 역할 또한 절대적이다. 기무라 마사시는 샤리에 있어서도 자신만의 원칙을 고수한다. 그는 붉은 식초(아카즈)를 사용하여 샤리를 만드는데, 이는 숙성된 네타의 강렬한 풍미와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아카즈 특유의 부드러운 산미와 감칠맛이 네타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인 맛의 조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샤리의 온도와 쥐는 힘(니기리) 또한 그의 오랜 경험과 감각으로 조절된다. 입안에서 샤리가 부드럽게 풀어지며 네타와 하나가 되는 순간, 비로소 기무라 마사시가 추구하는 최고의 스시 한 점이 완성된다. 그의 스시는 네타와 샤리,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 장인정신의 결정체다.
세계가 인정한 장인, 스시 키요타의 철학
기무라 마사시는 에도마에 스시의 전통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숙성’이라는 자신만의 혁신을 더하여 현대 스시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그의 명성은 일본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으며, 도쿄 긴자에 위치한 그의 레스토랑 '스시 키요타(鮨 きよ田)'는 전 세계 미식가들이 순례하는 성지가 되었다.
그의 세계적인 위상은 한국과의 깊은 인연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한국 최고의 호텔 중 하나인 신라호텔에 수차례 초청되어 갈라 디너를 개최하며, 국내 미식가들에게 그의 숙성 스시 철학의 정수를 선보인 바 있다.
이는 그의 스시가 국경을 넘어 통용되는 세계적인 수준의 요리임을 증명하는 중요한 사례다. 예약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그의 스시를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단순히 맛을 넘어 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시간의 가치를 존중하는 그의 철학에 대한 경의의 표현일 것이다. 기무라 마사시의 여정은 스시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 그리고 진정한 장인정신이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ep1: 갈라 디너때 츠마미를 내어 주는데 간장을 주지 않고, 소금만 찍어서 먹는걸 권해서 놀랬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때 처음으로 오오마산 나마도로(생참치)를 맛 보았다.
ep2: 식사 도중 이부진이 오니 임의 칸막이가 쳐지고, 셰프가 긴장하면서 그 쪽에만 있어서 섭섭했다. 신라호텔 아리아케 분들 그러면 안 됩니다. 하지만 이해도 간다.
기무라 마사시 숙성 스시의 정점, 긴자 '스시 키요타'와 장인 피에르 가니에르: 셰프들이 가장 존경하는 '요리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