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요리 프로그램, 먹방 콘텐츠, 그리고 수많은 블로그에서 '담백하다'는 표현은 이제 너무나 익숙하게 들려올 것이다. 최근 들어 음식의 맛을 묘사하는 데 이 단어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과연 국어사전적 의미와 부합하는 올바른 표현일까? 이 글에서는 '담백하다'의 본래 의미를 깊이 탐구하고, 대중매체에서 나타나는 이 표현의 오용 사례를 분석하며, 우리말의 풍부한 맛 표현에 대한 논의를 제기하고자 한다.
'담백하다'의 사전적 정의와 함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담백하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하다.
- 아무 맛이 없이 싱겁다.
- 음식이 느끼하지 않고 산뜻하다.
- 빛깔이 진하지 않고 산뜻하다.
이 중 음식 맛과 관련된 의미는 2번과 3번이다. '담백'이라는 단어는 '맑을 담(淡)'과 '흰 백(白)'이라는 두 한자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맑을 담(淡)'의 의미 해석
'담(淡)'은 '맑다' 또는 '엷다'는 뜻을 지닌다. 이 한자가 음식에 적용될 경우, 자연스럽게 '싱겁다'는 의미로 이어진다.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인 간이 엷다는 것은 곧 싱거운 맛을 의미하며, 이는 종종 '맛이 없다'는 인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따라서 '담백하다'의 두 번째 뜻인 "아무 맛이 없이 싱겁다"는 간이 부족하여 음식 본연의 맛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거나, 아예 맛이 없는 상태를 지칭한다.
'흰 백(白)'의 의미 해석
'백(白)'은 '희다' 또는 '깨끗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음식에 적용될 때 '깨끗하다'는 것은 인위적인 간이나 강한 향신료의 개입 없이, 재료 자체의 순수한 맛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담백하다'의 세 번째 뜻인 "음식이 느끼하지 않고 산뜻하다"가 파생된다. 이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가볍고 깔끔한 느낌을 주는 음식을 표현할 때 사용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담백하다'는 간이 부족하여 맛이 없거나, 또는 인위적인 맛을 배제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깔끔하고 산뜻한 음식을 표현할 때 적절히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미디어 속 '담백함' 오용 사례: 닭 가슴살 로제 파스타의 경우
최근 한 TV 프로그램의 자막에서는 로제 소스 파스타에 닭 가슴살을 토핑하고 토치로 스모키 향을 입힌 요리를 "궁극의 담백함 닭 가슴살 파스타"라고 소개했다.
이 요리에 사용된 로제 소스는 토마토 소스와 생크림 소스의 조합이다. 토마토 소스는 산뜻한 맛을 낼 수 있지만, 생크림이 추가되면서 유지방의 풍미와 부드러움이 더해진다. 또한, 닭 가슴살은 삶을 때는 분명히 소금 간이 들어갔을 것이고, 마이야르 반응을 위해 토치로 '불 맛'까지 입혔다. 보통 닭 가슴살을 아무런 양념 없이 삶아 먹을 때 '아무런 맛이 나지 않는다'며 '담백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위 요리에 사용된 "궁극의 담백함"이라는 표현은 의문을 제기한다. '궁극의 느끼하지 않고 산뜻한 맛'이란 과연 어떤 맛일까? '느끼하지 않다'는 것이 곧 '맛있다'는 의미와 직결되지 않으며, '산뜻하다'는 표현은 가볍고 맑은 느낌의 음식을 묘사할 때 주로 사용된다. 생크림과 토치로 풍미를 더한 요리에서 '느끼하지 않고 산뜻한 맛'만을 강조하는 것은 사전적 의미와 괴리가 있다. 이는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제작진의 의도로 추정되지만, 과도한 수식어 사용이 단어 본연의 의미를 왜곡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점이다.
'담백하다'와 '삼삼하다'의 올바른 사용
최근 여러 대중매체에서 패널들이 느끼하지 않은 음식을 표현할 때 "와, 담백해요"라는 감탄사와 함께 맛있는 표정을 짓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사전적인 의미에서 '간이 덜 되어 있는 음식'의 뜻이 아닐지라도, '느끼하지 않고 산뜻한 음식'을 먹으면서 '맛있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언어 사용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일반적으로 '맛있다'고 느끼는 음식은 대체로 달고, 짜고, 기름진 맛을 지닌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느끼하지 않고 산뜻하면서도 간이 약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우리말은 무엇일까? 바로 '삼삼하다'이다. '삼삼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삼삼하다'의 사전적 정의
- 음식 맛이 조금 싱거운 듯하면서 맛이 있다.
- 사물이나 사람의 생김새나 됨됨이가 마음이 끌리게 그럴듯하다.
어느 순간부터 '담백하다'는 표현이 '느끼하지 않지만 맛있는 음식'을 의미하는 것처럼 사용되고 있지만, 보다 정확하고 섬세한 맛 표현을 위해서는 '삼삼하다'는 단어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말의 풍부한 어휘를 정확하게 사용함으로써 더욱 깊이 있고 다채로운 미식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와 대중의 언어 사용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