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맛 없이 깊고 진한 가쓰오부시 육수의 비밀, 85°C의 비밀

 

가쓰오부시

최상의 감칠맛을 위한 첫걸음, 가쓰오부시 다시 제대로 알기

일본 요리의 심장이라 불리는 '다시(出汁)', 즉 육수는 모든 맛의 근간을 이룬다. 그중에서도 가다랑어를 훈연하고 건조해 만든 가쓰오부시는 감칠맛의 핵심 성분인 이노신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맑고 향긋한 국물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재료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가쓰오부시를 우리는 과정에서 쓴맛과 떫은맛을 경험하거나, 반대로 너무 얕은 맛에 실망하곤 한다. 가정에서도 전문 일식집처럼 깊고 진하면서도 깔끔한 가쓰오부시 다시를 만들 수 있는 비법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바로 '온도'와 '시간'의 섬세한 조절에 있다.

가쓰오부시 다시의 핵심, 이노신산과 황금 비율

가쓰오부시 특유의 감칠맛은 이노신산(Inosinic acid)이라는 핵산계 조미 성분에서 비롯된다. 이 성분을 효과적으로, 그리고 풍부하게 추출해내는 것이 맛있는 다시 만들기의 관건이다. 일반적으로 깔끔한 맛을 위해 가쓰오부시를 다시백에 넣어 우리는 것이 좋다.

정량은 물 1리터당 30g이 표준으로 알려져 있지만, 보다 깊고 농후한 맛을 원한다면 정량의 두 배인 60g 정도를 사용하는 것이 풍미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양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육수의 존재감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반적인 방법의 함정: 쓴맛과 얕은 맛의 딜레마

가장 널리 알려진 가쓰오부시 추출법은 물이 팔팔 끓어오를 때 가쓰오부시를 넣고, 바닥으로 모두 가라앉으면 바로 건져내는 방식이다. 이를 '이치반다시(一番だし)'라 하며, 맑고 향이 좋은 첫 번째 국물을 얻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향은 좋지만 맛의 깊이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끓는 물에 찬물 한 컵을 부어 온도를 순간적으로 낮춘 뒤 가쓰오부시를 넣는 것이다. 이는 고온에서 우러나오는 쓴맛과 떫은맛을 효과적으로 억제해주지만, 역시 깊은 감칠맛까지 충분히 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두 방법 모두 빠르고 간편하지만, 진정한 가쓰오부시의 잠재력을 모두 담아내지는 못한다.

쓴맛 없이 깊은 맛만 추출하는 비법, 85°C 저온 추출법

그렇다면 쓴맛과 떫은맛은 피하면서 오직 깊은 감칠맛만을 온전히 담아내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해답은 '85°C'라는 특정 온도에 있다. 가쓰오부시의 쓴맛과 떫은맛을 내는 잡미 성분들은 고온에서 쉽게 용출되는 반면, 감칠맛 성분인 이노신산은 그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충분히 우러난다. 따라서 물의 온도를 넉넉하게 82°C 전후로 유지하며 약 1시간 동안 은근하게 가쓰오부시를 끓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 저온 장시간 추출법을 사용하면, 불쾌한 맛은 억제되고 가쓰오부시가 가진 본연의 깊고 진한 감칠맛과 풍부한 향만이 국물에 온전히 녹아들게 된다.

온도, 맛을 결정짓는 단 하나의 열쇠

이 85°C라는 온도의 비밀은 수많은 요리사와 연구가들의 오랜 경험과 데이터가 축적된 결과물이다. 필자도 이 방법을 찾기 위해 아는 셰프님들에게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결국 논문까지 찾아 보았다.

단지 불에 올려 끓이는 단순한 행위를 넘어, 온도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만으로 요리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 방법으로 우려낸 다시는 동네 식당에서는 쉽게 맛보기 힘든, 한층 더 깊이 있고 세련된 맛의 기준을 제시한다.

최상의 다시를 위해 온도를 지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몇 가지 주의사항을 숙지하는 것이다. 공통적으로 피해야 할 3가지 주의점은

첫 번째, 뚜껑을 덮어 잡내가 날아가는 것을 막는 것,

두 번째, 찬물에서부터 우려내 국물을 탁하게 만드는 것,

세 번째, 오래 뜸을 들여 쓴맛까지 추출하는 것이다.

시간과 약간의 정성, 그리고 올바른 지식만 있다면 누구나 가정에서 전문점 수준의 가쓰오부시 다시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닭 손질부터 황금빛 육수까지, 홈메이드 치킨 브로스 레시피 완벽 가이드 A to Z